[일행은 마정석의 힘을 몰아내고 흑기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다.

하지만 흑기사는 조금도 서글픈 기운 없이 오히려 가뿐해진 모습으로 

승부의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였다]



흑기사

나의 패배로군.


아니지⋯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마 그랑.

여기까지, 이렇게 결착이 나는 순간까지

용케도 나와 어울려 주었구나.

이걸로⋯ 이걸로 이제 나는


[망설임의 그림자가 남았지만 흑기사는 그것을 모두 집어 삼키고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그런 결의에 이의를 제기하듯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르키스

루리아


루리아

오르키스 어째서? 

난 못해


오르키스

⋯부탁해 루리아.


루리아

못 해! 당연하잖아! 나한테⋯ 그런걸

부탁해 오르키스! 제발 다시 생각해줘!


카타리나

⋯왜그러는거야 두 사람 다!


오르키스

미안해⋯루리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오르키스는 루리아의 가슴에 있는 보석에 손을 가져다 댔다]


루리아

안 돼! 오르키스⋯!!!


흑기사

?!


오르키스

나, 아르크스의 이름 하에 성정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발동을 요청한다.



루리아

성정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발동 요청을 허가


흑기사

설마?! 하지마 오르키스!!


[서서히 빛에 휩싸이는 도중 오르키스는 흑기사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오르키스

미안해


흑기사

잠깐 기다려! 안돼! 하지마 오르키스!



오르키스

성정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 육신으로부터 거짓된 그릇을 뽑아낼지니

진정한 주인 되는 자여⋯ 이 육신으로 돌아오라!


[어둠으로 떨어지는 의식 속에서 오르키스는 자신의 추억을 되돌아보았다]


오르키스

나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항상 신기했어⋯ 나는 인형이면서 인형이 아닌 존재.

나는 오르키스면서 오르키스가 아닌 존재.


⋯그렇지만 이런 나에게도 역할이 주어졌어.

그 사람이 나에게 역할을 주었어.

내게 주어진 역할은 오르키스가 되는 것.

그 의미를⋯ 처음에는 알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종종 그 사람을 화나게 했지.

하지만 그 사람은 가끔씩 굉장히 따뜻한 표정을 짓곤했어

그것은 오르키스를 향한 마음⋯ 내가 아닌 오르키스를 향한 마음

그렇지만 나는⋯ 그 사람의 따뜻한 그 눈빛이 정말로 좋았어.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

마치 그 눈빛이 나를 향한 눈빛인 것 처럼

나를 오르키스라고 불러주기도 했지

하지만 나는 변했어⋯ 제멋대로가 되어 버렸어.

오르키스가 아닌 나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어


오르키스를 되찾으려 할 때, 

그 야심과 희망이 가득한 눈동자의 반짝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그 사람에게 받기만 할 뿐이 아니라 나도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어.

모든것을 동시에 이룰 수는 없어. 내가 오롯이 나로써 존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는 뜻.

나도 더이상 오르키스로 있을 수 없어.

내가 아닌 오르키스로 보여질바에는 차라리


내가 태어난 이유를 알았을 때 모든것이⋯ 모든것이

나에게는 과분한 바람이었단 것을 깨달았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가 바칠 수 있는거라면 모두⋯ 그사람에게




???

그래. 그것이 네가 내린 결정이구나.

그 아이를 위해서 그런 큰 결심을 해주어서 고마워.


오르키스

원래부터 내것이 아니었는걸

그저 되돌릴 뿐이야. 모든것을⋯ 원래 대로.


???

하지만 너는 태어났어.

그리고 지금 분명히 여기 존재해.

나 있잖아? 해피엔딩이 좋아. 모두 다함께 웃는걸 좋아해.

그러니깐 나는 너를 이대로 둘 수는 없겠어.


오르키스

하지만 몸이


???

괜찮아. 사실 내가 불안정한 상태가 된 이후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었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가 이것저것 준비를 해줬거든.

그 애는 있잖아. 항상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조금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엄청 의지가 되고 따뜻한 아이란다.


오르키스

⋯?


???

자아! ⋯음⋯그러니깐

우리 둘 다 오르키스라서 좀 불편한걸?


오르키스

당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오르키스가 아냐.


???

음 그런가! 그렇다면 이건 어때?

예전에 배웠던 적이 있어. 다른 공역에서 오르키스를 부르는 이름.


[그녀는 어떤 이름을 입에 담았다]


???

이건 말이야. 새로 태어난 또 하나의 나에게 내가 주는 선물이야.


오르키스

이게⋯ 나의 새로운 이름이야?


???

그래. 앞으로 너는 이 이름으로 불리면 된단다.


오르키스


???

아 맞다! 그리고 한가지 더! 그 인형도 너에게 줄게!

뭐랄까 나보다 더 마음에 들어하는 거 같고!


오르키스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

후후. 그럼 슬슬 헤어질 시간인 것 같아. 다음에 보자!


루리아

오르키스!! 다행이야! 실패했으면 어쩌나 하고


흑기사

오르키스


???

⋯?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멍해진 머리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시선 끝에 누워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

⋯? 몸⋯?그럼 나는⋯?


이오

실은말야. 그 대장님이 미리 몸을 준비해 두었던 것 같더라구.


루리아

저는 성정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발동했을 때

오르키스의⋯ 음 그러니까⋯ 또 하나의 오르키스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왕녀 오르키스의 목소리를 들은 루리아는 궁전의 어떤 방으로 인도되었다.

아담 대장은 골렘이라 불리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였기 때문에 정신만이 분리 된 왕녀 오르키스와의

의사 소통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왕녀 오르키스의 청으로 대장 아담은 한층 정교한 골렘을 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골렘이 그 방에 조용이 안치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라캄

정말! 조마조마 했다고!

있잖냐 오르키스. 이젠 그렇게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짓은 


???

아니야.


라캄

응?


???

오르키스가 아니야. 

나는 더이상 오르키스가 아냐.


이오

응? ⋯그럼?


???

그녀가 이름을 지어주었어.

⋯ 그러니깐



오키스

내 이름은 오키스야.

그러니 앞으로 그렇게 불러줘.


 [오키스는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인 자신의 관절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루리아

오키스!


오키스

응!


[기운을 차린 오키스는 누워있는 오르키스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육체의 작고 고른 호흡을 확인하고는 안심한 모습을 보였다]


오키스

고마워 오르키스


[그리고 이번엔 눈을 내리깔고 있는 흑기사의 앞으로 달려갔다]


흑기사

오키스⋯ 오키스인가

미안하다 오키스⋯ 과거 내가 너에게 했던 일들을 생각 한다면

사과해서 끝날 일이 아니란건 알고 있어

게다가 너의 결단 덕에 나는


오키스

그럴땐

"고마워"라고 말하면 되는거야.


흑기사

⋯!


오키스

나는 있잖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감사해.

이런⋯ 이런 결말은 생각해 본적도 없어.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기뻐.

내가 어떤 사건의 결과 끝에 태어난 존재가 됐건간에

나는 분명히 여기 존재하고 있어.

그러니까 아폴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당신과 함께 하고싶어.

항상 당신 곁에 있고 싶어.

지금부턴 오르키스 뿐만이 아니라 나를 바라봐 주었으면 해



[오키스의 너무나도 올곧은 말에 흑기사는 잠시 당황한다. 하지만⋯]


흑기사

그래⋯ 그게 네 바람이라면

나는 언제까지고 너와 함께 하겠다.

두번 다신⋯ 이제 두번 다시 소중한 것들을 손에 놓지 않겠어.

언제까지고 함께다 오키스


오키스

응!


[흑기사의 대답에 오키스는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카타리나

이걸로 한 건 해결⋯ 이지?


오이겐

하 참! 정말이지 내 딸이 돼가지고 솔직하지 못하다니깐


루리아

다행이다⋯ 정말로


[루리아의 목소리를 들은 오르키스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다시 루리아의 앞으로 향했다]


오키스

루리아, 이오. 

지금까지 두사람에게 얘기 하고 싶었지만

말 하지 못했던 것이 있어.

나는⋯ 언젠가 사라져버릴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달라. 꼭 이야기 하고 싶어.


[오키스는 결심하는 듯한 모습으로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키스

루리아⋯이오.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루리아

⋯하하 우리들은 애초에 친구였다구요


이오

당연한 거잖아! 이제와서 무슨 말이야 정말!


[이오의 그러한 강력한 긍정에 오키스는 안심한듯한 표정을 보였다]


오키스

다행이다


루리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쭉 쭉!

우리는 친구에요 오키스!


오키스

⋯!


[루리아의 말에 오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 어색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는 어디까지고 인간적인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푸르게 펼쳐진 거대한 하늘에 녹아들듯이 그랑 일행은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고도의 구석엔 그런 그랑 일행의 기공정을 배웅하는 두개의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드랑

이야~ 경사났네 경사났어. 그렇지 슈트름씨?


슈트름

흥, 우리의 임무는 고용주를 지키는 것이지 소원을 이루는 것이 아냐.

하지만 뭐⋯ 이런 결과라면 우리 고용주님께서도 더이상 무리하시지는 않겠지.


드랑

진쫘 우뤼 슈쮸륨뉨은 말야~

쫌 이럴때만이라도 쏠쥑하게~~

...느아악! 스쯔름쓰! 므츠름 일으 원믄흐그 끗늤는드 

으즈와서 부승즈그 생글 긋 긑은드...! 으윽!


슈트름

안심해라. 칼등으로 찔렀다.


드랑

있는 힘껏 뾰족한데로 찔러놓고 칼등이 무슨소용이람?!



[그랑 일행이 타워를 빠져나온 이후 그림자처럼 그들을 지켜보던 드랑과 슈트룸.

몰래 라비섬 메포라슈까지 따라온 둘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림자처럼 지켜보기만 했다.]


슈트룸

그래서 드랑⋯ 우린 앞으로 어쩔까?


드랑

그렇군~ 뭐 이런저런 생각해 둔것들은 있지만

일단 확실한건 더이상 그 사람에게 우리는 필요하지 않겠지.


슈트름

그렇⋯겠지.


드랑

그리고 그 사람은 이제부터 오키스와 오르키스 왕녀님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준비해야하잖아

오르키스 왕녀님은 유서깊은 왕녀님이니깐 말이야.

당사자들이 아무리 괜찮다 하더라도 

우리같은 수상한 놈들이 주변에 어슬렁대면 주위 평판이 떨어질 거라구.

그래 그래! 그리고 우리 이미 받은 돈 만큼은 열심히 일했잖아?


슈트름

그런⋯가?


드랑

그래 무조건 그래! 완전 그랬다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꽤나 힘든 일이기도 했고말야?


슈트름

⋯ 그건 부정 못하겠지만




드랑

그래 그래!

그러니깐 지금부터 한동안 일은 쉬면서

느긋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자고 응?


[슈트름은 한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


슈트름

⋯ 뭐 가끔씩은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

한동안은 의뢰도 뒤로 미뤄 둘래.

에르스테 제국은 사실상 붕괴 상태

이걸로 이 공역도 조금이나마 조용해질 것 같고말야.


드랑

⋯과연 그럴까


슈트름

뭐라고⋯?


[드랑은 찡그리듯 하늘 저편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계속되는 푸른 하늘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몇개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

-에르스테는 이러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황금의 기사

예의 흑기사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하는게 좋겠습니까?


???

그럴 필요 없다.

과정이 어찌 되었건 간에

흑기사는 그 여자의 폭주를 막아내었다.

만일 아카샤가 그 여자의 바람대로 움직였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지.

파타그랑데에서 멈추지 않고 이곳 아우라이 그랑데,

나아가서는 다른 공역까지 말려들었을지 모른다.

녀석은 그걸 저지한 것이다. 영웅으로 칭송하지는 못할 망정

벌을 줄 이유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황금의 기사

외람 되지만⋯ 

재상 프리시아의 계획에는 애초에 허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라도 폐하의 신변에 위협이 될것 같았다면

제가 되었건, 푸른 기사가 되었건간에 재상에게 죄를 물었겠죠.

녀석을 칭찬해줄 필요는 없다 생각됩니다.


푸른 기사


???

그것은 상황을 가정했을 떄의 이야기가 아닌가.

실제로 일을 해 낸것은 흑기사쪽이다.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현실을 등한시 하다니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황금의 기사

실례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

하지만 당분간 파타그랑데의 치안은 불안해지게 생겼군.

경에게는 매번 무거운 임무만을 맡기는 것이 미안하다만

당분간 힘 써주지 않겠는가?


푸른 기사


[군주인 듯 보이는 남자의 말을 받들어 푸른빛 갑옷의 남자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그 떠돌이⋯ 로키는 또 자취를 감추었는가.


황금의 기사

예. 제 쪽에서 이미 각 공역측에 경계태세에 들어가도록 연락을 돌린 참입니다.


???

그런가⋯ 그렇다면 재차 전 공역에 경계하라 이르라.

조그마한 붉은 용과 푸른 소녀를 데리고 다니는 기공단

그 남자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를⋯ 주의하도록


황금의 기사

명 받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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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기사

그래서 그 뒤 흑기사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가

그러고보니 그대의 보고에는 없었다만 그 기공단에

소중한 딸아이가 동행중이라 했던가.

사실이라면 중요한 참고인이 되었을 터,

어쨰서 보고를 누락했지? 그대도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신성한 우리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인가?


푸른 기사


황금의 기사

⋯ 뭐 되었다. 

잊지 말아라. 우리들 칠요의 기사의 긍지를.

진왕 폐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흔들려서는 아니된다.

흑은 규율을 깼다. 칠요의 자리에서 쫓겨나더라도 당연한 이치.

그렇게 생각지 않는가?


[그렇게 말하며 황금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있어야 할 상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황금의 기사

⋯어딜가던 똑같은 놈들이군. 장류의 감옥 완성까지 앞으로 얼마 안 남았어

그 전까지 밑작업을 끝 마쳐 두어야 한다⋯ 모든것은 진왕 폐하의 의지를 받들어


[닿을 수없는 하늘의 저편, 하늘을 달리는 기사들은 각자가 여러가지를 머리속에 그린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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